하늘을 나는 팬케이크? | 전설의 실험기 Vought V-173\

🥞 하늘을 나는 팬케이크? UFO로 오해받은 전설의 실험기, Vought V-17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늘에는 수많은 전투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대부분은 날렵한 동체에 긴 날개를 가진, 우리가 아는 비행기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미국 코네티컷 주 상공에는 가끔 거대한 노란색 원반이 떠다니곤 했습니다.

주민들은 “외계인이 침공했다!”라며 경찰에 신고하곤 했지만, 그 정체는 바로 찰스 지머먼(Charles Zimmerman)이라는 천재 엔지니어가 설계한 실험기, Vought V-173이었습니다.

오늘은 공기역학의 상식을 깨고, 극단적인 단거리 이착륙 성능을 보여주었던 ‘플라잉 팬케이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개발 배경: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투기를 만들어라”

1930년대, 항공기 설계자 찰스 지머먼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날개가 굳이 길 필요가 있을까? 비행기 전체가 날개라면 어떨까?”

  • 항력의 문제: 일반적인 비행기는 날개 끝에서 공기 소용돌이(와류)가 생겨 저항(Drag)이 발생합니다. 지머먼은 둥근 원반형 날개 끝에 거대한 프로펠러를 달면 이 저항을 상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 미 해군의 관심: 당시 미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짧은 거리 내에 이착륙할 수 있는 전투기가 절실했습니다. 지머먼의 설계는 이론상 헬리콥터처럼 거의 수직에 가깝게 이착륙할 수 있었기에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됩니다.

2. V-173의 기상천외한 특징들

V-173은 1942년 첫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시는 물론 지금 봐도 충격적입니다.

① 동체 자체가 날개 (All-Wing Design)

이 비행기는 별도의 날개가 없습니다. 지름 7.1m의 거대한 원반 자체가 날개이자 동체입니다.

  • 장점: 넓은 면적 덕분에 엄청난 양력(Lift)을 만들어냅니다.

  • 구조: 뼈대는 나무로 만들고, 그 위를 캔버스 천(면)으로 덮은 아주 가벼운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팬케이크’였습니다.

② 날개 끝의 거대한 프로펠러

양쪽 끝에 지름이 무려 5미터나 되는 거대한 3엽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습니다.

  • 기능: 이 프로펠러는 일반 비행기와 달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공기 저항(와류)을 없애는 역할을 했습니다.

③ 극단적인 받음각 (Angle of Attack)

V-173은 이착륙할 때 기수를 무려 45도까지 들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 보통 비행기는 이 정도로 기수를 들면 양력을 잃고 추락(실속)하지만, V-173은 거대한 프로펠러가 날개 전체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공중에 둥실 떠 있을 수 있었습니다.

  • 이를 위해 지상에서도 기수가 하늘을 향하도록 **매우 긴 고정식 랜딩기어(바퀴다리)**를 장착했습니다.


3. 비행 성능: “느림의 미학”

V-173은 전투기가 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 실증기’였습니다. 엔진은 고작 80마력짜리 소형 엔진 2개를 달았지만, 성능은 놀라웠습니다.

  • 초저속 비행: 이 비행기의 진가는 느리게 날 때 발휘되었습니다. 시속 약 32km/h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하늘에 거의 정지해 있는 것과 다름없는 속도입니다.

  • 내구성: 비상착륙 실험 중 해변에 곤두박질친 적이 있었는데, 기체가 뒤집혔음에도 불구하고 나무와 천으로 된 기체는 거의 부서지지 않았고 조종사도 멀쩡했습니다. 그만큼 구조적으로 튼튼했습니다.

  • UFO 소동: 시험 비행 중 인근 주민들이 비행접시로 오인해 신고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훗날 항공 역사가들은 “1940년대 미국 동부의 UFO 목격담 중 상당수는 V-173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4. 결말: 제트 시대의 도래와 형님의 몰락

V-173은 약 131시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그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미 해군은 이를 바탕으로 진짜 전투기인 XF5U (일명 ‘플라잉 플랩잭’) 개발에 착수합니다.

  • XF5U의 불운: 형님 격인 XF5U는 훨씬 강력한 엔진을 달고 시속 800km를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완성될 무렵인 1947년은 이미 제트기(Jet)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 프로펠러의 한계: 해군은 더 이상 프로펠러 전투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V-173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후속 프로젝트는 전면 취소되었습니다.


💡 Vought V-173 제원 요약

  • 승무원: 1명

  • 지름: 7.11 m

  • 높이: 3.93 m

  • 엔진: 컨티넨탈 A-80 공랭식 엔진 2기 (각 80마력)

  • 최고 속도: 222 km/h

  • 최저 속도: 약 32 km/h (사실상 호버링에 가까운 비행 가능)

  • 별명: 플라잉 팬케이크 (Flying Pancake), 지머먼의 스키머(Skimmer)


마무리하며

Vought V-173은 비록 실전 전투기가 되지는 못했지만, “비행기는 꼭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오늘날 스텔스 폭격기나 차세대 드론에서 보이는 전익기(Flying Wing) 형태의 아주 먼 조상님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현재 이 귀여운 ‘팬케이크’는 복원되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론티어 비행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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