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폭격의 시초, Gotha G.V

 

🌑 런던의 밤을 지배한 악령: 전략 폭격의 시초 ‘고타 G.V’

제1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 본토를 공격했던 것은 거대한 풍선 같은 ‘제펠린(Zeppelin) 비행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영국 시민들은 비행선이 아닌,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거대한 중폭격기 편대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독일의 **고타 G.V (Gotha G.V)**입니다. 오늘은 런던 하늘에 ‘공습 경보’를 일상으로 만들고, 전쟁의 양상을 전방(Front Line)에서 후방(Home Front)으로 확장시킨 이 무시무시한 폭격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개발 배경: “비행선은 너무 커서 잘 맞는다”

전쟁 초기 독일은 제펠린 비행선을 이용해 영국을 폭격했지만, 수소로 가득 찬 거대한 비행선은 대공포와 전투기의 너무 쉬운 표적이었습니다.

  • 오퍼레이션 튀르켄크로이츠 (Operation Türkenkreuz): 독일군은 비행선 대신, 장거리를 비행해 영국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형 비행기(G-Type, Grossflugzeug) 개발에 집중합니다.

  • G 시리즈의 진화: 고타 사는 G.I부터 시작해 여러 모델을 개량해왔습니다. 특히 G.IV 모델이 런던 공습의 서막을 열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 완성형인 G.V를 1917년에 내놓게 됩니다.

  • 목표: 단순한 파괴보다 영국의 산업 시설을 타격하고, 영국 국민들에게 심리적 공포를 심어주어 사기를 꺾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2. 고타 G.V의 독특한 기술적 특징

고타 G.V는 당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중폭격기였으며,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적용되었습니다.

① 푸셔(Pusher) 방식의 쌍발 엔진

고타 G.V를 보면 프로펠러가 날개 앞이 아니라 날개 뒤에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푸셔 방식이라고 합니다.

  • 이유: 프로펠러가 뒤에 있으면 기수(앞부분)가 탁 트이게 됩니다. 덕분에 앞좌석에 앉은 폭격수 겸 사수가 시야 방해 없이 폭탄을 투하하고 전방 기관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② 죽음의 터널: ‘슈스카날 (Schusskanal)’

이것이 고타 폭격기의 가장 치명적이고 독창적인 특징입니다. 보통 폭격기의 약점은 **’꼬리 아래쪽’**입니다. 꼬리 날개 때문에 후방 사수가 아래를 쏠 수 없기 때문이죠. 영국 전투기들은 항상 이 사각지대(배 밑)를 노리고 접근했습니다.

  • 반전: 고타 설계자는 후방 동체 바닥을 뚫어 **’터널(Schusskanal)’**을 만들었습니다.

  • 함정: 후방 사수는 이 터널을 통해 비행기 바닥을 관통하여 아래쪽 뒤에서 접근하는 적기에게 기관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배 밑으로 접근했던 수많은 연합군 조종사들이 영문도 모른 채 격추당했습니다.

③ 안전을 위한 연료탱크 배치

이전 모델인 G.IV는 연료탱크가 동체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G.V는 연료탱크를 엔진 나셀(Engine Nacelle, 엔진 덮개) 내부로 옮겼습니다.

  • 목표: 비상 착륙 시 연료탱크가 터져 승무원이 화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는 조종사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④ 치명적인 단점: “고타의 덫”

하지만 G.V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착륙이었습니다.

  • 비대칭 설계: 엔진 쪽에 연료탱크를 넣다 보니 날개 쪽 무게가 무거워졌고, 랜딩기어(바퀴)의 폭은 좁았습니다.

  • 결과: 착륙할 때 조금만 균형을 잃으면 기체가 앞으로 고꾸라지거나(Nose-over) 뒤집히는 사고가 빈번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군에게 격추된 숫자보다, 착륙 사고로 손실된 고타 폭격기가 더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3. 런던 공습과 역사적 의의

1917년 5월부터 시작된 ‘고타 공습(The Gotha Raids)’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대낮의 공습: 초기에는 대담하게도 대낮에 편대를 이루어 런던을 폭격했습니다. 영국군이 방어 체계를 갖추자, G.V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야간 폭격으로 전술을 바꿉니다.

  • 심리적 타격: 물리적인 피해량보다 심리적 타격이 컸습니다.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은 2차 대전 당시 ‘런던 대공습(The Blitz)’의 예고편과도 같았습니다.

  • 왕실의 개명: 당시 영국 왕실은 독일계인 ‘작센-코부르크-고타(Saxe-Coburg-Gotha)’ 가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폭격기 ‘고타’가 런던을 쑥대밭으로 만들자, 반독일 감정을 의식해 **’윈저(Windsor)’**라는 영국식 이름으로 가문명을 바꾸게 됩니다. (지금의 윈저 왕조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 고타 G.V 제원

  • 승무원: 3명 (조종사, 전방 사수/폭격수, 후방 사수)

  • 길이: 12.42 m / 날개폭: 23.70 m

  • 중량: 약 4톤 (이륙 중량)

  • 엔진: 메르세데스 D.IVa 6기통 엔진 2기 (각 260마력)

  • 최고 속도: 140 km/h

  • 폭장량: 최대 500kg (단거리), 런던 공습 시 약 300kg

  • 무장: 7.92mm 파라벨룸 MG14 기관총 2~3정


마무리하며

고타 G.V는 비록 착륙장치의 결함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지만, **”적의 수도를 직접 타격한다”**는 현대 공군 전략의 기초를 닦은 기체였습니다. 거대한 날개와 후방 엔진, 그리고 바닥을 뚫어 만든 기관총 터널은 당시 독일 항공 기술의 집요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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