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이트 형제보다 먼저 하늘을 정복했다? 유럽의 자존심, ‘산토스-뒤몽 14-bis’
우리는 학교에서 “최초의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브라질이나 프랑스에 가서 이렇게 말하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진정한 비행의 아버지(Father of Aviation)는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든 기묘한 모양의 비행기, 14-bis(카토르즈 비스). 도대체 어떤 비행기였기에 100년이 넘도록 “누가 최초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1. 개발 배경: “비행선에 매달린 비행기?”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은 파리 사교계의 스타이자 백만장자였습니다. 이미 비행선을 타고 파리 에펠탑 주위를 도는 등 하늘을 나는 것으로 유명했죠.
이름의 비밀 (14-bis): 이름이 참 특이합니다. ’14’는 그가 만든 14번째 비행선이라는 뜻이고, ‘bis’는 음악에서 ‘앙코르’나 ‘반복’을 뜻하는 접미사(라틴어)입니다.
왜 이런 이름이?: 초기 비행 실험 당시, 이 비행기가 뜨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14호 비행선 배 밑에 이 비행기를 매달고 실험했기 때문입니다. 즉, **”14호 비행선의 부속품(14-2)”**이라는 뜻에서 시작된 이름이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목표: 당시 프랑스 항공 클럽은 “동력의 힘만으로 평지에서 이륙해 25m 이상 비행하는 사람”에게 ‘아르쉬데콩 상(Archdeacon Prize)’을 걸었습니다. 산토스-뒤몽은 이 상을 타기 위해 비행선이 아닌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 제작에 도전합니다.
2. 14-bis의 기묘하고 독창적인 특징
14-bis는 현대의 비행기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① 카나드 (Canard) 형상: “오리가 날아간다!”
가장 큰 특징은 꼬리 날개가 앞에 있고, 주날개가 뒤에 있는 구조입니다.
긴 동체 끝, 맨 앞에 달린 박스 모양의 구조물이 방향을 조절하는 조종면(승강타+방향타)이었습니다.
비행하는 모습이 마치 목을 길게 뺀 오리 같다고 해서 프랑스어로 **’카나드(Canard, 오리)’**라는 별명이 붙었고, 오늘날 귀날개(Canard) 방식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② 박스 연 (Box Kite) 날개
날개 모양이 마치 네모난 상자를 이어 붙인 것 같습니다. 이는 호주의 발명가 로렌스 하그레이브가 고안한 ‘박스 연’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양력을 잘 만들어내고 구조적으로 튼튼했지만, 공기 저항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③ 바퀴 (Landing Gear)의 존재
이것이 라이트 형제와 14-bis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바퀴가 없어 레일(Rail) 위에서 썰매처럼 미끄러지거나 캐터펄트(발사 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반면, 14-bis는 자전거 바퀴를 달고 있어 자체 엔진의 힘만으로 활주로를 달려 이륙했습니다. 유럽인들이 14-bis를 ‘진정한 최초의 비행기’로 꼽는 이유가 바로 이 ‘스스로 이륙하는 능력’ 때문입니다.
3. 역사적인 비행: 1906년 파리의 가을
1906년 10월 23일(그리고 11월 12일), 파리의 바가텔 공원(Bagatelle)에는 수많은 군중과 심사위원들이 모였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밀리에 비행했던 것과 달리, 산토스-뒤몽은 모든 것을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비행 성공: 앙투아네트 V8 엔진(50마력)의 굉음과 함께 14-bis는 땅을 박차고 올랐습니다.
기록: 10월에는 약 60m, 11월에는 220m를 비행하며 군중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는 국제항공연맹(FAI)이 공인한 세계 최초의 비행 기록입니다.
4. 재미있는 비하인드: 손목시계의 탄생
14-bis를 조종하던 산토스-뒤몽에게는 큰 불편함이 하나 있었습니다. 비행 중에 시간을 재야 하는데, 조종간을 잡은 손으로 주머니 속의 회중시계를 꺼내 볼 수가 없었던 것이죠.
까르띠에(Cartier)와의 인연: 그는 친구였던 보석상 루이 까르띠에에게 “비행 중에도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산토스 시계: 까르띠에는 가죽 스트랩을 달아 손목에 차는 시계를 선물했고,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남성용 손목시계인 ‘까르띠에 산토스’ 모델의 기원입니다.
💡 산토스-뒤몽 14-bis 제원
종류: 카나드형 복엽기
제작자: 알베르토 산토스-뒤몽 (브라질)
첫 비행: 1906년 9월 13일 (실패), 10월 23일 (공식 성공)
길이: 9.70 m / 날개폭: 11.20 m
엔진: 앙투아네트 V8 엔진 (50마력)
최고 속도: 약 40 km/h
특징: 스스로 이륙 가능한 바퀴 장착, 박스형 날개
마무리하며
라이트 형제가 ‘비행의 기술’을 발명했다면, 산토스-뒤몽과 14-bis는 **’비행의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비밀에 부쳐진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파리 시민들 앞에서 환호성을 받으며 날아올랐던 그 날의 14-bis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에게 하늘을 선물한 비행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