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 카나드를 단 원조 슈퍼 플랭커, ‘Su-35 (Su-27M)’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헷갈리는 족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Su-35입니다.
지금 뉴스에 나오는 러시아의 최신형 Su-35S와 1990년대 에어쇼를 휩쓸었던 **Su-35(Su-27M)**는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비행기입니다.
오늘은 소련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사라질 뻔했으나, 그 기술력만큼은 전설로 남아 현대 플랭커 가문의 뿌리가 된 **’원조 Su-35’**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개발 배경: “F-15를 능가하는 제공호(Air Superiority)를 완성하라”
1980년대 초, Su-27이 실전 배치되자마자 수호이 설계국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미국의 업그레이드: 미국이 F-15와 F-16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디지털 장비를 대거 도입하자 소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 프로젝트 T-10M: 수호이 사는 Su-27의 기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개량 계획, 코드명 T-10M을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확실했습니다.
- 더 좋은 레이더를 달아라.
- 공중전뿐만 아니라 지상 공격도 가능하게 하라 (멀티롤).
- 디지털 비행 제어 장치(Fly-By-Wire)를 적용하라.
- 소련의 붕괴: 1988년 첫 비행에 성공하며 **’Su-35’**라는 수출명을 붙였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모든 자금 지원이 끊기고 맙니다.
2. Su-35 (프로토타입)의 독특한 특징
요즘 날아다니는 최신형 Su-35S에는 없는데, 과거의 Su-35(Su-27M)에는 있는 가장 큰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카나드(귀 날개)’**입니다.
① 카나드 (Canard)의 장착
조종석 바로 옆에 작은 날개(카나드)가 달려 있습니다.
- 이유: 신형 레이더가 너무 무거워 기수 쪽이 쳐지자, 밸런스를 맞추고 양력을 얻기 위해 달았습니다.
- 기동성: 이 카나드가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주어, 덩치 큰 기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한 기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② 디지털 콕핏과 후방 레이더
- 글래스 콕핏: 아날로그 계기판으로 가득했던 Su-27과 달리, 초기 형태지만 MFD(다기능 디스플레이) 화면을 장착해 현대적인 조종석을 갖췄습니다.
- 후방 레이더: 꼬리 날개 뭉치(테일 붐) 안에 뒤쪽을 감시하는 소형 레이더를 달아, 꼬리를 무는 적에게 미사일을 쏘겠다는(R-73) 기상천외한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③ 공중 급유 능력
장거리 작전을 위해 기수 왼쪽에 수납식 공중 급유 프로브를 장착했습니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모든 러시아 해군기 및 다목적 전투기의 표준이 됩니다.
3. 전설의 진화: Su-37 터미네이터
이 Su-35 프로토타입 중 11호기(711번 기체)는 엔진 노즐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추력 편향 노즐(TVC)**을 달고 개조되었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Su-37 터미네이터입니다.
- 쿨비트와 코브라: Su-37은 에어쇼에서 제자리에서 360도를 도는 ‘쿨비트’ 기동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모든 기술적 데이터가 Su-35 프로토타입에서 나온 것입니다.
4. 비운의 결말과 유산
성능은 완벽했지만, 돈이 없던 러시아 공군은 이 기체를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수호이 사는 한국(FX 사업), 브라질, 중국 등에 수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결국 원조 Su-35는 양산되지 못하고 박물관으로 가거나 비행 실험용으로 소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 Su-30MKI: 카나드와 추력 편향 엔진 기술은 인도가 도입한 Su-30MKI에 그대로 이식되었습니다.
- Su-35S (현대형): 이후 기술이 더 발전하여, **”카나드 없이도 엔진 힘만으로 기동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러시아는 카나드를 떼버리고 레이더와 엔진을 최신형으로 바꾼 Su-35S를 2008년에 다시 내놓게 됩니다.
즉, 프로토타입 Su-35는 현대 러시아 공군을 만든 **’위대한 어머니’**와 같은 기체입니다.
💡 Su-35 (Su-27M) 제원
- 승무원: 1명
- 길이: 22.18 m / 날개폭: 14.70 m
- 엔진: 률카 AL-31FM 터보팬 2기
- 특징: 전방 카나드 장착, 공중 급유 프로브, 후방 레이더(일부)
- 주요 파생형: Su-37 터미네이터 (추력 편향 엔진 시험기)
- 상태: 양산 실패, 기술 실증기로 퇴역
마무리하며
원조 Su-35(Su-27M)는 비록 양산에는 실패했지만, 1990년대 에어쇼에서 보여준 그 현란한 묘기 비행은 전 세계 항공 팬들에게 “러시아 전투기는 다르다”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지금의 Su-35S가 ‘최강의 4.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시기 수호이 설계국 엔지니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