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15를 잡기 위해 태어난 코브라: 소련의 걸작, ‘수호이 Su-27 플랭커’
1970년대, 미국이 F-15 이글을 공개하자 소련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기존의 MiG-21이나 MiG-23으로는 F-15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소련 지도부는 수호이(Sukhoi) 설계국에 명령을 내립니다. “F-15보다 더 멀리 날고, 더 빠르며, 근접전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전투기를 만들어라.”
그렇게 탄생한 Su-27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공기역학의 예술품’**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고 강력한 기체였습니다. 오늘은 서방 세계를 긴장시킨 ‘플랭커’의 매력을 파헤쳐 봅니다.
1. 개발 배경: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재설계
Su-27의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 T-10의 실패: 초기 시제기였던 T-10은 F-15를 이기기는커녕 성능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보통이라면 적당히 개량해서 내놓았겠지만, 수석 설계자 미하일 시모노프는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 그는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난과 처형의 위협을 무릅쓰고 설계를 완전히 뒤집어엎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아는 우아한 곡선의 Su-27(T-10S)이 탄생했습니다.
- 목표: 미국의 ‘하이-로우 믹스(F-15 & F-16)’ 전략에 대응하여, Su-27은 ‘하이(High)급’ 제공 장악기로, MiG-29는 ‘로우(Low)급’ 전선 전투기로 개발되었습니다.
2. Su-27 플랭커의 압도적인 특징
Su-27은 덩치가 매우 크지만(F-15보다 큽니다), 마치 발레리나처럼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① 코브라 기동 (Pugachev’s Cobra)
1989년 파리 에어쇼, 빅토르 푸가초프가 조종하는 Su-27이 갑자기 하늘에서 멈춘 듯 기수를 110도 이상 쳐들었다가 다시 수평으로 돌아오는 기동을 선보였습니다.
- 충격: 서방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실속(Stall)에 빠져 추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Su-27은 엔진 힘과 공기역학적 제어로 유유히 비행을 이어갔습니다.
- 의미: 이것은 단순한 서커스가 아닙니다. 근접 공중전(Dogfight)에서 뒤를 쫓아오는 적기가 내 앞으로 지나가게 만들어 역공을 가할 수 있는 **’초기동성(Supermaneuvrability)’**을 증명한 것입니다.
② 우아한 곡선미 (Blended Wing Body)
Su-27은 날개와 동체의 경계가 모호하게 이어져 있는 블렌디드 윙 바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 양력의 마법: 넓은 동체 자체가 날개처럼 양력을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무기를 주렁주렁 달아도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학(Crane): 긴 기수와 우아한 자태 때문에 러시아 조종사들은 이 기체를 ‘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③ 제3의 눈, IRST
기수 레이더 앞에 툭 튀어나온 유리구슬 같은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입니다.
- 스텔스 공격: 레이더를 켜면 적에게 내 위치가 들키지만, IRST는 열을 감지하므로 레이더를 끄고도 적 몰래 접근하여 미사일을 날릴 수 있습니다. 서방 전투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④ 넉넉한 덩치와 항속 거리
Su-27은 보조 연료 탱크를 달지 않습니다. 기체 내부 연료 탱크가 워낙 커서(약 9톤), 자체 연료만으로도 3,000km 이상을 날아갈 수 있습니다.
3. 전설적인 사건: 바렌츠해의 수술칼
1987년, Su-27의 정교한 조종 실력을 보여준 유명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상황: 노르웨이 공군의 P-3 오리온 초계기가 소련 영공 근처를 정찰하고 있었습니다.
- 대응: 요격에 나선 Su-27은 P-3에 바짝 붙어 위협 비행을 했습니다. P-3가 물러나지 않자, Su-27 조종사는 배면 비행(뒤집기)을 하며 P-3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 충돌: 그리고 솟구쳐 오르며 Su-27의 수직 꼬리 날개로 P-3의 엔진 프로펠러만 정확히 잘라버렸습니다. 마치 외과 수술 같은 정밀함이었습니다.
- 결과: P-3는 엔진 하나를 잃고 비상 착륙했고, Su-27도 꼬리 날개가 부서진 채 무사 귀환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서방 세계는 Su-27의 성능과 소련 조종사의 깡다구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4. 플랭커 패밀리: 끝없는 진화
Su-27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뛰어난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수많은 파생형을 낳았습니다.
- Su-30: 복좌형(2인승)으로 개량하여 공대지 능력을 강화한 다목적 전투기. (F-15E와 비슷)
- Su-33: 날개를 접을 수 있고 카나드(보조 날개)를 달아 항공모함에서 쓰는 함재기.
- Su-34: 조종석이 병렬(옆으로 나란히)로 배치된, 오리주둥이 모양의 전폭기.
- Su-35: 최신 전자장비와 추력 편향 노즐을 달아 기동성을 극대화한 최강의 플랭커.
💡 수호이 Su-27SK 제원
- 승무원: 1명
- 길이: 21.9 m / 날개폭: 14.7 m
- 엔진: 률카 AL-31F 터보팬 2기
- 최고 속도: 마하 2.35 (2,500 km/h)
- 항속 거리: 3,530 km
- 무장: 30mm GSh-30-1 기관포, R-27(중거리) / R-73(단거리) 등 미사일 최대 10~12발
- 별명: Flanker (플랭커 – NATO 코드명, 미식축구 포지션에서 유래)
마무리하며
Su-27 플랭커는 투박하고 거칠 것이라는 소련 무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 걸작입니다. 서방의 기술을 베끼는 데 급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독자적인 공기역학 기술로 F-15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기동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의 하늘을 지키는 ’21세기의 베스트셀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