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나무로 만든 잠자리 ‘드모아젤 No. 19’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면, **”비행을 대중에게 선물한 사람”**은 바로 브라질의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입니다.
그가 1907년에 공개한 **드모아젤 No. 19 (Demoiselle No. 19)**는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거대하고 복잡했던 기존 비행기들과 달리, 마치 한 마리의 잠자리처럼 작고 귀여웠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항공 역사상 가장 우아하고 혁신적이었던 ‘개인용 비행기’의 시초, 드모아젤에 대해 알아봅니다.
1. 개발 배경: “누구나 탈 수 있는 ‘하늘의 자동차’를 꿈꾸다”
산토스-뒤몽은 이미 ’14-bis’라는 비행기로 유럽 최초의 비행 기록을 세운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꿈은 단순히 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가용처럼 쉽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작고 실용적인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 이름의 유래: ‘드모아젤(Demoiselle)’은 프랑스어로 ‘실잠자리(Damselfly)’ 또는 **’아가씨’**를 뜻합니다. 가녀린 동체와 투명해 보이는 날개가 마치 잠자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 목표: 산토스-뒤몽은 자신의 파리 집에서 비행기를 타고 친구의 성(Castle)으로 놀러 가기 위해 이 비행기를 개발했습니다. 즉, 최초의 레저용 스포츠기였던 셈입니다.
2. 드모아젤 No. 19의 독특한 특징
드모아젤 No. 19는 당시 항공 기술의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설계로 가득했습니다.
① 대나무로 만든 동체 (Bamboo Fuselage)
가장 놀라운 점은 주요 소재가 대나무였다는 것입니다.
- 경량화의 극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탄성이 좋은 대나무를 뼈대로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기체 자체 무게는 고작 60kg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조종사를 태워도 110kg 남짓이었습니다.)
② 파격적인 조종석 위치
일반적인 비행기와 달리 조종사가 앉는 위치가 매우 독특했습니다.
- 바퀴 사이에 앉다: 조종사는 날개 아래, 그리고 메인 랜딩기어(바퀴) 바로 사이에 위치한 낮은 의자에 앉았습니다.
- 시야와 공포: 땅바닥에 거의 닿을 듯이 앉아서 비행했기 때문에 이착륙 시 속도감이 엄청났지만, 조종사의 시야는 매우 탁월했습니다.
③ 엔진 위치와 안전성 (?)
엔진은 조종사의 머리 위쪽, 날개 앞부분에 장착되었습니다.
- 위험한 구조: 뜨거운 엔진과 프로펠러가 조종사 바로 위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엔진이 과열되면 조종사가 다칠 위험이 컸습니다. 실제로 산토스-뒤몽은 헐렁한 옷이 프로펠러에 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습니다.
④ 꼬리 날개 (십자형 미익)
드모아젤은 방향타(Rudder)와 승강타(Elevator)가 하나로 합쳐진 십자(+)형 꼬리 날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새의 꼬리처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기체를 제어했습니다.
3. 역사적 의의: 세계 최초의 ‘오픈 소스’ 비행기
드모아젤 No. 19 (그리고 개량형인 No. 20)가 위대한 진짜 이유는 기술보다 산토스-뒤몽의 철학에 있습니다.
- 특허 포기: 라이트 형제가 특허 소송으로 기술을 독점하려 했던 것과 달리, 산토스-뒤몽은 **”비행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며 드모아젤의 설계도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 파퓰러 메카닉스: 미국의 유명 잡지 ‘파퓰러 메카닉스’에 설계도가 실리면서, 전 세계의 비행기 애호가들이 차고에서 직접 드모아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홈빌트(Homebuilt) 항공기와 키트(Kit) 비행기 문화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 드모아젤 No. 19 제원 (추정치)
- 종류: 단엽 초경량 항공기
- 설계자: 알베르토 산토스-뒤몽
- 길이: 약 8 m / 날개폭: 5.10 m
- 중량: 56~60 kg (엔진 제외 자체 중량)
- 엔진: 뒤테일 & 샬머스 (Dutheil & Chalmers) 수평 대향 2기통 엔진 (약 20마력)
- 최고 속도: 약 90 km/h
- 특이점: 대나무 프레임, 꼬리 바퀴 대신 ‘스키드(Skid)’ 장착
마무리하며
드모아젤 No. 19는 비록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꿈의 크기는 그 어떤 비행기보다 컸습니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기계가 아니라, **’누구나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진정한 의미의 ‘민중의 비행기’였으니까요.
오늘날 우리가 취미로 타는 경비행기나 패러글라이딩의 먼 조상은, 바로 이 대나무로 만든 잠자리였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