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 속의 암살자: 레이더를 단 밤의 여왕, ‘P-61 블랙 위도우’
제2차 세계대전 초기,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폭격기들은 안심했습니다. 깜깜한 밤에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눈으로 적을 찾아 격추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쟁 중반, 이 어둠의 법칙을 깨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도색하고, 기수에는 ‘레이더’라는 짐승의 눈을 달고, 강력한 화력으로 밤하늘을 지배한 비행기.
바로 **노스롭 P-61 블랙 위도우(Black Widow)**입니다. 독거미의 이름을 딴 이 치명적인 야간 전투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 개발 배경: “밤에도 보이는 눈(Radar)을 달아라”
P-61의 탄생은 1940년 ‘영국 본토 항공전(Battle of Britain)’의 교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독일 공군이 야간 폭격을 감행하자, 영국은 레이더를 장착한 요격기가 절실했습니다.
개조가 아닌 전용 설계: 당시에는 기존 폭격기나 전투기를 개조해 레이더를 억지로 달아 썼습니다(예: 영국의 모스키토, 독일의 Bf 110). 하지만 잭 노스롭(Jack Northrop)은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레이더를 싣고 야간 전투만을 위해 설계된 비행기를 만들자.”
거대한 덩치: 초기의 항공기용 레이더는 매우 크고 무거웠습니다. 이를 싣고 긴 시간 체공하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P-61은 전투기라기엔 중형 폭격기(B-25)만큼 거대한 덩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2. 블랙 위도우의 압도적인 특징
P-61은 당시 최첨단 항공 전자 기술의 집약체였습니다.
① SCR-720 레이더 (The Electronic Eyes)
P-61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기수 앞부분(FRP 돔) 안에는 SCR-720 레이더가 들어있었습니다.
조종사는 칠흑 같은 어둠이나 구름 속에서도 레이더 조작 요원의 유도를 받아 적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밤은 더 이상 폭격기들의 안전지대가 아니었습니다.
② 3명의 승무원과 분업화
밤에 비행기를 몰면서, 레이더를 보고, 적을 찾아 총을 쏘는 것은 혼자서 불가능합니다. P-61은 3명의 승무원이 탑승했습니다.
조종사: 비행과 전방 기관포 발사 담당.
레이더 조작 요원(R/O): 뒤쪽 높은 좌석에 앉아 레이더 스코프를 보며 조종사에게 적의 위치를 알림.
사수: 상부 포탑을 조작하며 후방과 상방을 방어.
③ 치명적인 독니: 강력한 무장
‘블랙 위도우(검은 과부거미)’라는 이름답게 화력이 무시무시했습니다.
20mm 기관포 4문: 특이하게도 **동체 하부(배 밑)**에 장착되었습니다. 기수에 레이더가 있어서 자리를 비켜준 것인데, 오히려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사격 시 섬광이 조종사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되었습니다.
12.7mm 포탑 4문: 동체 등 위에 원격 조종 포탑이 있었습니다. 사수가 버튼 하나로 360도 회전시키며 쏠 수 있는, 당시로서는 미래에서 온 기술이었습니다.
④ 독특한 비행 제어 (Spoilerons)
P-61은 P-38처럼 꼬리 날개가 두 개인 쌍동체(Twin-boom) 형상입니다.
덩치가 컸지만 기동성은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날개 전체에 거대한 플랩(Zap Flap)을 달기 위해, 일반적인 에일러론(보조익) 대신 **스포일러론(Spoileron)**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써서 선회 능력을 높였습니다.
3. 작전 수행: 검은색 페인트의 비밀
P-61은 주로 태평양 전선과 유럽 전선에 늦게 배치되었습니다.
검은색의 위장: 처음에는 국방색이었으나, 탐조등(서치라이트) 빛을 받았을 때 눈에 잘 띄지 않도록 **광택이 있는 검은색(Glossy Black)**으로 칠해졌습니다. (나중에는 무광 검정이 더 낫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Lady in the Dark: P-61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공중전 승리(Last Air Kill)**를 장식한 기체로도 유명합니다. 1945년 8월 14일 밤, ‘레이디 인 더 다크’ 호가 일본군 기체를 격추(혹은 회피 기동 중 추락 유도)한 것이 대전 최후의 격추 기록 중 하나로 꼽힙니다.
💡 P-61B 블랙 위도우 제원
승무원: 3명 (조종사, 레이더 요원, 사수)
길이: 15.11 m / 날개폭: 20.12 m (전투기치고는 엄청난 크기)
엔진: 프랫 앤 휘트니 R-2800 더블 와스프 엔진 2기 (각 2,250마력)
최고 속도: 589 km/h
항속 거리: 약 3,000 km
무장: 20mm 기관포 4문 (동체 하부), 12.7mm 중기관총 4정 (상부 포탑)
특징: 미군 최초의 야간 전용 전투기, 레이더 탑재
마무리하며
노스롭 P-61 블랙 위도우는 거대한 덩치와 무시무시한 화력, 그리고 어둠을 꿰뚫어 보는 전자 눈을 가진 하이테크 몬스터였습니다. 비록 전쟁 후반에 등장해 활약 기간은 짧았지만, 현대의 전천후 요격기(All-weather Interceptor) 개념을 확립한 선구자적인 기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