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자존심이자 4개국의 합작품: 바람의 신, ‘유로파이터 타이푼’
현대 전투기 시장은 미국의 F-35나 F-16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는 이 거대한 흐름에 맞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탄생한 걸작이 있습니다.
날렵한 삼각 날개(델타익)와 앞쪽에 달린 귀 날개(카나드)가 특징인 유로파이터 타이푼. 오늘은 개발 초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유럽 하늘의 수호신이 된 이 전투기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개발 배경: “프랑스, 넌 빠져!” (복잡한 탄생 비화)
유로파이터의 탄생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냉전 시기 소련의 위협에 맞서고, 미국산 전투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통합 전투기(FEFA)’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 초기 멤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 프랑스의 탈주: 개발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심각했습니다.
- 4개국: “적기를 요격할 순수한 제공 전투기가 필요해!”
- 프랑스: “우리 항공모함에서도 쓸 수 있게 작고 가벼워야 해!”
-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한 프랑스는 **”그럼 우린 나가서 우리끼리 만들게”**라며 탈퇴했고, 그렇게 만든 것이 **’라팔(Rafale)’**입니다.
- 유로파이터의 탄생: 남은 4개국은 영국과 독일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뭉쳤고, 냉전이 끝난 후 국방비 감축이라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개발을 지속해 2003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했습니다.
2. 타이푼의 독보적인 특징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스텔스기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 중 ‘공중 기동성(Dogfight)’ 만큼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① 카나드와 델타익의 조화
타이푼을 보면 조종석 앞쪽에 작은 날개(카나드)가 있고, 주 날개는 삼각형 모양(델타익)입니다.
- 극강의 기동성: 이 카나드가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넓은 델타익이 엄청난 양력을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초음속에서도 급선회가 가능하고, 근접 공중전에서 F-15나 F-16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② 슈퍼크루즈 (Supercruise)
타이푼의 심장인 EJ200 엔진은 괴물 같은 성능을 자랑합니다.
- 초음속 순항: 애프터버너(연료를 들이부어 가속하는 장치)를 켜지 않고도 음속을 돌파하여 비행할 수 있는 슈퍼크루즈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는 연료를 아끼면서도 빠르게 작전 지역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줍니다. (F-22 랩터와 타이푼 정도만 가능한 고급 기술입니다.)
③ 웃는 입 모양의 공기 흡입구
기체 배 밑에 네모난 공기 흡입구가 마치 웃고 있는 입처럼 보입니다.
- 고받음각(기수를 치켜든 상태)에서도 공기를 안정적으로 엔진에 공급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④ 조종사의 목소리를 듣는다 (VTAS)
조종사가 복잡한 버튼을 누르는 대신, “무장 선택!”, “연료 확인!” 같이 목소리로 명령하면 비행기가 이를 인식해서 수행하는 **음성 인식 제어 시스템(DVI)**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3. 진화하는 생산 단계: 트랜치(Tranche)
유로파이터는 생산 시기에 따라 **’트랜치(Tranche)’**라는 단위로 구분하며 성능이 다릅니다.
- 트랜치 1 (초기형): 오로지 공대공 전투(요격)만 가능한 버전. 공대지 능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 트랜치 2 (중기형): 컴퓨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공대지 타격 능력을 추가했습니다. 진정한 멀티롤 파이터의 시작입니다.
- 트랜치 3 (후기형): 기체 구조를 강화하여 연료 탱크(CFT)를 달 수 있게 하고, 최신 전자장비를 탑재했습니다.
- 트랜치 4 (최신형): 기계식 레이더 대신 최첨단 **AESA 레이더(Captor-E)**를 장착하고, 전자전 능력을 대폭 강화한 최신 버전입니다. 독일과 스페인이 추가 주문한 모델입니다.
4. 라이벌 비교: 타이푼 vs 라팔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서로 갈라선 이복형제, 타이푼과 라팔은 영원한 라이벌입니다.
| 구분 | 유로파이터 타이푼 | 다소 라팔 (Rafale) |
| 주특기 | 고고도 요격, 공중전, 속도 | 저고도 침투, 폭장량, 함재기 운용 |
| 엔진 | 더 강력함 (추력 우세) | 연비가 좋고 신뢰성 높음 |
| 수출 실적 | 초기엔 앞섰으나 최근 주춤 | 최근 엄청난 수출 대박 행진 |
| 성격 | 힘센 운동선수 (F-15에 가까움) |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테이너 (F-16/18에 가까움) |
타이푼이 ‘제공권 장악’에 더 특화되었다면, 라팔은 ‘폭격 및 항공모함 운용’까지 고려한 범용성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랜치 3) 제원
- 승무원: 1명 (복좌형은 2명)
- 길이: 15.96 m / 날개폭: 10.95 m
- 엔진: 유로제트 EJ200 터보팬 2기
- 최고 속도: 마하 2.0 이상
- 무장: 27mm 마우저 BK-27 기관포,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타우러스 순항 미사일 등 13개 하드포인트
- 특징: 유럽 4개국 공동 개발, 카나드-델타익
마무리하며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개발 지연과 비싼 유지비 문제로 한때 “유로파이터가 아니라 ‘유로나이트메어(악몽)'”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세계 최강의 공대공 미사일인 **’미티어(Meteor)’**를 통합하면서 명실상부한 유럽 하늘의 지배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