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걸작, ‘포케불프 Fw 190’

Bf 109가 날렵한 ‘검객’이었다면, Fw 190은 묵직한 도끼를 든 ‘전사’였습니다. 오늘은 Bf 109의 보조 전투기로 시작해, 결국은 독일 공군의 진정한 주력이 된 Fw 190에 대해 알아봅니다.


🦅 하늘의 도살자: Bf 109를 뛰어넘은 독일의 걸작, ‘포케불프 Fw 190’

1941년 가을, 프랑스 해안 상공을 비행하던 영국 공군(RAF)의 스핏파이어 조종사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독일의 새로운 전투기가 나타났는데, 스핏파이어보다 빠르고, 화력은 강하며, 요리조리 피하는 기동성(롤 레이트)마저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영국군에게 ‘Fw 190 쇼크’를 안겨주었던 이 비행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1. 개발 배경: “남는 엔진으로 만들어라”

Fw 190의 탄생 배경은 의외로 **’부족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Bf 109의 보조자: 1937년, 독일 항공부(RLM)는 주력기인 Bf 109를 보조할 새로운 전투기를 원했습니다.
  • 엔진이 없다: 당시 고성능 전투기에 쓰이던 ‘다임러-벤츠 DB 601’ 수랭식 엔진(물로 식히는 엔진)은 Bf 109 생산에 쓰기에도 벅찼습니다.
  • 커트 탱크의 결단: 포케불프 사의 수석 설계자이자 천재 엔지니어 커트 탱크(Kurt Tank) 박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럼 전투기에 잘 안 쓰는 공랭식 엔진(바람으로 식히는 엔진)을 쓰자.”
    • 당시 공랭식 엔진(BMW 801)은 덩치가 크고 공기 저항이 심해 전투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탱크 박사는 이를 뛰어난 설계로 극복하려 했습니다.

2. Fw 190의 혁신적인 특징

Fw 190은 조종사 입장에서 “가장 타기 좋고 싸우기 좋은 비행기” 중 하나였습니다.

① 뚱뚱하지만 빠르다 (공기역학의 승리)

BMW 801 공랭식 엔진은 앞부분이 넙데데했습니다. 커트 탱크는 엔진 덮개(카울링)를 아주 타이트하게 설계하고, 프로펠러 뒤에 냉각팬을 달아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덕분에 뚱뚱한 엔진을 달고도 날렵한 Bf 109만큼, 혹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② 튼튼하고 넓은 랜딩기어

Bf 109의 고질병은 바퀴 간격이 좁아 이착륙 시 잘 넘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 반면 Fw 190은 바퀴 간격이 넓고 튼튼한 랜딩기어를 가졌습니다. 덕분에 거친 야전 활주로에서도 맘 놓고 이착륙할 수 있었고, 초보 조종사들에게 환영받았습니다.

③ 자동화된 엔진 제어 (Kommandogerät)

이것이 Fw 190의 비밀 병기였습니다.

  • 코만도게레트(Kommandogerät): 일종의 아날로그 기계식 컴퓨터입니다. 조종사가 ‘스로틀 레버’ 하나만 밀면, 기계가 알아서 연료 혼합비, 프로펠러 각도, 엔진 회전수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해 주었습니다.
  • 복잡한 엔진 조작에서 해방된 조종사는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④ 무시무시한 화력과 방어력

  • 화력: 날개 뿌리와 기수에 장착된 20mm 기관포 4문과 기관총 2정은 연합군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까지 순식간에 분해해 버릴 만큼 강력했습니다.
  • 방어력: 공랭식 엔진 특성상 냉각수 파이프가 없어 피탄되어도 엔진이 멈추지 않았고, 기체 자체가 워낙 튼튼해 맷집이 좋았습니다.

3. 운용 역사: 전천후 만능 일꾼

1941년 실전 배치되자마자 Fw 190 A형은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 영국의 대응: Fw 190에 충격을 받은 영국은 이를 잡기 위해 급하게 ‘스핏파이어 Mk.IX’를 개발해야만 했습니다.
  • 만능기: 처음에는 제공 전투기로 시작했지만, 튼튼한 기체와 강력한 엔진 덕분에 전폭기(Jabo), 지상 공격기, 야간 전투기 등 온갖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독일군에게는 그야말로 ‘마당쇠’ 같은 존재였습니다.

4. 약점과 진화: 긴 코의 도라(Dora)

완벽해 보이는 Fw 190 A형에도 약점은 있었습니다. 고도가 6,000m 이상 올라가면 공랭식 엔진의 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였죠. 연합군 폭격기들이 고고도로 날아오자 요격이 힘들어졌습니다.

  • Fw 190 D (Dora):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수(코)를 길게 늘이고, 강력한 액랭식 엔진(Jumo 213)을 장착한 Fw 190 D형, 일명 **’롱 노즈 도라(Long Nose Dora)’**가 탄생합니다.
  • 이 기체는 고고도 성능까지 확보하여, P-51 머스탱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최우수 피스톤 전투기 중 하나로 꼽힙니다.

💡 Fw 190 A-8 제원 요약

  • 승무원: 1명
  • 길이: 9.00 m / 날개폭: 10.51 m
  • 엔진: BMW 801 D-2 공랭식 성형 엔진 (1,700 마력)
  • 최고 속도: 656 km/h
  • 무장: 13mm MG 131 기관총 2정, 20mm MG 151/20 기관포 4문
  • 별명: 백라이 (Würger / Shrike – 정육점 새, 도살자 새)

마무리하며

포케불프 Fw 190은 조종사를 배려한 인체공학적 설계, 튼튼한 내구성,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까지 갖춘 **’군인이 원하는 진정한 전투기’**였습니다. 비록 전쟁에서는 패배했지만, 항공 공학적 관점에서는 투박한 공랭식 엔진으로 날렵한 수랭식 전투기를 이길 수 있음을 증명한 위대한 기체였습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