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프위드 전설의 시작: 작지만 빨랐던 혁명, ‘소프위드 타블로이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1차 세계대전의 명기 ‘소프위드 카멜’이나 ‘펍’. 이 명작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1913년에 등장해 항공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소프위드 타블로이드(Sopwith Tabloid)**입니다. 오늘은 훗날 영국 공군을 구하게 될 소프위드 혈통의 시초, 타블로이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개발 배경: “복엽기가 단엽기보다 빠를 수 있다고?”
1910년대 초반, 항공업계의 상식은 **”속도를 내려면 날개가 하나인 단엽기(Monoplane)여야 한다”**였습니다. 날개가 두 개인 복엽기는 구조적으로 튼튼하지만, 공기 저항이 심해 느리다는 것이 정설이었죠.
상식을 깬 도전: 소프위드 사의 설립자 ‘토마스 소프위드(T.O.M. Sopwith)’와 설계자 ‘프레드 시그리스트’는 이 통념에 도전했습니다. 그들은 작고 가벼우며 공기역학적으로 매끄러운 복엽기를 만든다면 충분히 빠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름의 유래: 이 비행기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작고 컴팩트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작은 알약’ 또는 **’판형이 작은 신문’**을 뜻하는 단어인 **’타블로이드(Tabloid)’**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늘날 타블로이드 신문의 그 어원 맞습니다!)
2. 타블로이드의 주요 특징
타블로이드는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① 독특한 좌석 배치 (Side-by-Side)
대부분의 초기 비행기는 조종사와 승객이 앞뒤로 앉는 직렬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타블로이드는 조종석이 넓게 설계되어 두 사람이 나란히(Side-by-Side) 앉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훈련이나 정찰 시 옆 사람과 소통하기에 매우 유리했습니다.
② 압도적인 속도와 성능
80마력의 놈(Gnome) 로터리 엔진을 장착한 타블로이드는 시험 비행에서 무려 **148km/h(92mph)**의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당시 존재했던 어떤 복엽기보다 빨랐고, 웬만한 단엽기들을 능가하는 속도였습니다. 또한 상승력도 뛰어나, 무거운 승객을 태우고도 1분 만에 1,200피트까지 올라갔습니다.
③ 다재다능한 변신 (수상기 버전)
타블로이드는 바퀴 대신 ‘플로트(Floats, 부표)’를 달아 수상기로 개조하기에도 용이했습니다. 이 유연성이 훗날 역사를 바꾸게 됩니다.
3. 역사적 하이라이트: 1914년 슈나이더 트로피 우승
타블로이드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결정적인 계기는 1914년 모나코에서 열린 수상기 레이스, **슈나이더 트로피(Schneider Trophy)**였습니다.
영국의 굴욕을 씻다: 당시 비행기 경주는 프랑스가 독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영국의 투박한 복엽기가 우승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압도적인 승리: 타블로이드의 수상기 버전인 **’소프위드 슈나이더’**를 몬 조종사 하워드 픽스턴(Howard Pixton)은 프랑스의 고속 단엽기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의의: 이 승리로 **”복엽기도 빠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이후 1차 대전 초중반까지 복엽기가 주류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4. 제1차 세계대전과 전략 폭격의 시초
전쟁이 발발하자, 빠르고 튼튼한 타블로이드는 즉시 군용으로 징발되었습니다.
최초의 전략 폭격: 1914년 10월, 영국 해군 항공대(RNAS) 소속의 타블로이드 2대가 독일 뒤셀도르프의 제펠린 비행선 격납고를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작은 폭탄을 손으로 떨어뜨려 독일의 최신형 제펠린 비행선 Z.IX를 파괴했습니다. 이는 항공기가 적의 전략 시설을 파괴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한계: 하지만 전쟁이 격해지면서, 2명이 타는 타블로이드는 무장 탑재나 기동성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곧 1인승 전문 전투기인 ‘소프위드 펍’과 같은 후속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었습니다.
💡 소프위드 타블로이드 제원
승무원: 2명 (나란히 탑승)
길이: 6.96 m / 날개폭: 7.83 m
엔진: 놈(Gnome) Monosoupape 로터리 엔진 (100마력) 또는 80마력 엔진
최고 속도: 148 km/h
주요 성과: 1914 슈나이더 트로피 우승
파생형: 소프위드 슈나이더 (수상기 버전), 소프위드 베이비 (Baby)
마무리하며
소프위드 타블로이드는 비록 전쟁의 주역으로 오래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작고 빠른 복엽기”**라는 소프위드 사의 철학을 완성한 기체였습니다. 이 타블로이드가 있었기에 훗날 ‘펍’, ‘카멜’, ‘스나이프’ 같은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